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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인생 81 행복은 이름을 불러줄 때 나의 것이 된다이름을 알기 전에는 그저 꽃이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 산책길 한쪽에 흔하게 피어 있고. 사람들이 지나가도 조용히 바람에 흔들리는 꽃. 나는 그 꽃을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저 꽃은 제비꽃이에요. 나는 다시 꽃을 보았다. 제비꽃.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 수많은 꽃 가운데 하나였던 꽃이. 갑자기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 다음 날 같은 길을 걸을 때 나는 제비꽃을 찾았다. 아. 여기 있었구나. 나는 꽃을 알아보았다. 꽃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내가 그 꽃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이름을 아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본다. 이름을 아는 것을 기억하고... 2026. 7. 9.
나의 행복한 인생 80 행복은 찾는 사람의 눈에 먼저 보인다아침은 누구에게나 온다. 같은 태양이 뜨고.같은 하늘이 열리며.같은 바람이 도시의 골목과 들판을 지나간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아침을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본다.어떤 사람은 오늘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어떤 사람은 새벽의 고요를 듣는다.어떤 사람은 어젯밤의 걱정을 그대로 안고 눈을 뜬다. 같은 아침이다.그러나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오랫동안 세상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기다렸다.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좋은 사람을 만나면.좋은 자리에 가면.좋은 집에서 살면.돈이 조금 더 생기면.몸이 더 건강해지면.그때 행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행복할 만한 일이 생기기를. 하지만 이.. 2026. 7. 9.
나의 행복한 인생 79 행복은 한 줄을 쓰는 순간 시작된다나는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시인은 시를 쓰고.소설가는 이야기를 쓰며.학자는 생각을 정리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평범한 사람의 하루는 굳이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오늘 아침에 일어났다.밥을 먹었다.사람을 만났다.일을 했다.집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잠이 들었다.무엇을 적을 것인가.어제와 비슷한 하루.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누군가에게 이야기해도 별로 재미있지 않을 것 같은 하루.나는 그런 날들을 그냥 흘려보냈다.하루가 지나고.한 달이 지나고.계절이 바뀌었다.그리고 어느 날 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무엇을 했지.잘 기억나지 않았다.분명 나는 살았다.매일 아침 눈을 떴고.수많은 사람을 만났으며.많은 말을 했을 것이다.웃기도 했고.화도 냈.. 2026. 7. 9.
나의 행복한 인생 78 행복은 불행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불행은 큰 소리로 찾아온다.문을 두드리지도 않는다.어느 날 갑자기 문을 밀고 들어온다.그리고 내 삶의 한가운데에 앉는다.나를 보라고 한다.자신을 잊지 말라고 한다.몸이 아프면 나는 하루 종일 그 아픔을 생각한다.누군가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 그 한마디를 수십 번 되풀이한다.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잠들기 전까지 그 일을 생각하고.때로는 꿈속까지 가지고 간다.불행은 목소리가 크다.그래서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린다.귀를 막아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보인다.마음 한가운데 들어와 자신의 이름을 계속 부른다.나를 봐.나는 네가 아픈 이유야.나를 기억해.나는 네가 실패한 순간이야.잊지 마.나는 네가 받은 상처야.그래서 우리는 불행을 잘 기억한다.십 년 전 누군가 나에게 했던 .. 2026. 7. 9.
나의 행복한 인생 77 행복은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나는 분명 행복했던 적이 있다.아주 많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상하게도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어린 날의 어느 봄.나는 분명 웃었을 것이다.친구와 뛰어다녔고. 흙 묻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었으며.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았을 것이다.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집으로 달려갔던 저녁도 있었을 것이다.나는 그날 행복했을까.아마 행복했을 것이다.그러나 기억나지 않는다.기억나지 않는 행복.그 행복은 어디로 갔을까.나는 가끔 그것이 궁금하다.내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날의 행복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나는 분명 웃었고.내 심장은 뛰었으며.내 몸과 마음은 어느 순간 편안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내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그 행복은 지금의 나에게 존재하는 것일까.유와.. 2026. 7. 9.
나의 행복한 인생 76 낙엽의 계절에도 새순은 돋는다낙엽이 가을 한 구석에 놓여 있을 때.그것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한때는 봄의 첫 숨결이었다.차가운 겨울을 지나 나뭇가지 끝에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던 새순이었다.햇빛을 처음 만난 아이처럼 바람에 몸을 떨었고.아침이슬 한 방울에도 온몸을 반짝였다.비를 맞으며 자랐고.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자신의 몸을 넓혔다.어느 날에는 지친 사람의 머리 위에 작은 그늘이 되었고.어느 날에는 새 한 마리가 잠시 쉬어가는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그러나 지금.그 잎은 가을 한 구석에 누워 있다.초록을 잃었다.수분을 잃었다.자신을 붙잡고 있던 가지마저 잃었다.봄날의 새순과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너무도 분명하다.새순은 시작처럼 보이고.낙엽은 끝처럼 보인다.새순에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2026. 7. 9.